웹디든, 그래픽(순수 출판물)쪽이든, 디자이너들은 클라이언트로 부터 의뢰를 받고나면 시안을 뽑아준다. 경우에 사안에 따라 다르지만, 대개 6개쯤의 시안을 전달하는 것을 보곤 했다. 디자이너 자신 맘에도 들고 가장 정성을 들인 작품 1개, 이 작품에 소소한 베리에이션을 준 작품 2개, 그리고 유인용 시안 3개 정도이다.
유인용 시안이란 아예 탈락 시킬 것들이다. 이전에 작업했던 내용을 재인용하는 것도 있다. (...) 그래서 이런 작품들의 아이디어, 컬러 코디네이션, 레이아웃들은 나중에도 재차 출현한다 -_-; 일부러 허접스레 만들기도 한다. 이는 곧 디자이너가 지지하는 시안을 돋보이게 하고 결국 그 시안이 선정하도록 유도한다. 고객 입장에서는 시안을 많이 해 오니까 기분도 좋고. 노력도 가상하다고 생각하고 뭐 그렇다는; 뭐..... 요즘엔, 그것도 나같이 아마츄어 의뢰인들한테나 통하는 이야기인 것 같다. 디자이너가 지지하는 시안에 베리에이션을 준 남은 2개의 시안의 경우에도 "디자인 전문가로서의 변"을 통해 지적할 수 있는 단점을 심어둔다. 결국, 시안이 많아도 애초부터 결정될 것은 하나로 요약되어 있다는 것.
그런데 가끔 엉뚱한 시안을 강력히 고르는 디자인 까막눈 의뢰인들이 그 얼마나 많던가. 사사건건 간섭하는 님들은 일단 열외로 치고, 여러 명이 모인 회의에서 지 마누라와 딸 취향들을 진지하게 논의하는 님들도 있다 ㅠ.ㅠ
이럴 때마다 우리의 디자이너들은 땀을 삐질삐질 흘리겠지만, 그것도 풋풋한 시절의 이야기고, 삶에 쩌든 디자이너들은 이래저래 의뢰인들의 요구를 잘 맞춰주는 것 같다. 먹고 살라면 할 수 있나. ㄲㄲ
유인용 시안을 통해서 얻는 가장 큰 효과는. 의뢰인에게 노력을 인정받는다든가 하는 차원이 아니라. 고객의 엉뚱한 수정, 보완 요구를 아예 봉쇄할 수가 있다는 점에 있는 것 같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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그러고보니 디자인 뿐만 아니라 S/W도 비슷한 것 같다. 요구사항을 의뢰인들이 주관식으로 들고 오기 전에, "빈틈없는 것 처럼 보이는" 선택형 객관식 스펙을 들이대는 것이 몸에 좋지 않던가. -_-; 유인용 시안과 비슷한 원리다.
그러나 요즘 마케팅 좀 배웠다는 분들이 워낙 고객고객 하고 있고 엔지니어 개무시가 기본 옵션이라 그 방법도 이제는 안 통하는 편이다. 엔지니어링 측면의 객관식 스펙은 이미 쳐다보지도 않을 뿐더러 기능적 레벨까지 정성을 부려도 소용이 없다. 아예 상당히 추상화 된 레벨의 요구사항 수준에서 쇼부를 치는 것이 요즘 분위기 아닌지. 그것이 바로 고객고객 하는 차원의 요구사항.... ㅜ.ㅜ